큰 커브에 맞춰서 천천히 전차가 흔들리고, 역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바다의 냄새가 짙어진다. 기분 탓인지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며 온화한 기분이 된다.
"일어나세요."
어깨 부근이 무겁다. 맞은편에 앉은 지역의 학생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이쪽을 보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아타미(熱海)에서 전차를 갈아탔지만, 하루노 씨처럼 이렇게나 반듯하게 갖추어진 여자는 보지 못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치바의 맨션을 나왔을 때부터 보지 못했지만.
"으응... 벌서 도착했어?"
"아직 도착하진 않았는데요, 슬슬 준비해야죠."
수학여행의 인솔 기분. 준비라고 했지만 큰 짐은 내가 안고 있고, 배우자는 작은 백을 손에 들고 있을 뿐. 애초에, 호강하고 자란 아가씨인 그녀가 땀을 흘리며 짐을 지고 가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맑은 날씨라서 다행이네."
"정말 그렇네요."
"바닷 바람도 기분 좋고."
남국풍,이라기보다는 열심히 남국을 본뜬 구조의 역에서 내려서, 크게 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기지개를 켠다. 하얀 드레스의 가슴이 강조되는 동작이라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로 짓궂다. 그리고는 곤란한 동생을 보는 것 같은 상냥한 시선. 항상 이쪽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것 같기에, 이 사람에게는 뭔가 소중한 것을 건 도박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가슴, 봤지?"
"안 봤어요."
"그렇지, 또 조금 커졌는데."
"확실히 그렇네요."
위험하다, 감쪽같이 상대의 유도신문에 걸리고 말았다.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싱긋 웃는다. 정말이지 이 사람은 내가 곤란한 모습을 보는 것에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만났을 때부터 무언가 심술을 부렸을지도. 뭣하면, 나의 곤란한 얼굴을 반찬으로 수북히 담은 밥을 먹는다던가.
"야하네~"
"괜찮잖아요. 우리들 부부니까."
"오, 자각이 있구나."
"조금은요."
짐을 끌고, 숙소로 이어지는 비탈진 언덕길을 걷는다. 바다에 인접한 경사면에 남국풍의 별장이 줄지어 있으며, 대로에는 기념품 가게나, 원색이 과다한 복장의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는 것이, 마치 장난감 상자를 뒤엎은 상태처럼 보인다.
"별장이 있었군요."
"아빠의 도락이야."
일반적인 도락과 수준이 좀 다른 것 같다.
"딸을 기쁘게 하고 싶다면서 말이지."
"헤에."
"어린 시절에는, 유키노 짱이랑 자주 왔었거든."
"그렇군요."
어린 시절의 두 사람, 완전히 귀여웠겠지, 라고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둘 다 지금과는 달리 순수하고 무구해서 천사 같았을 것이 틀림없다. 가끔 함께 식사하다가도, 옛날에는 좋았다던가 그립다는 말을 흘리고 있으니, 장인어른도 그걸로 고생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옛날의 나를 상상했지?"
"에?"
"아빠랑 똑같은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었어."
"안 했어요."
"정말로?"
이 사람은 특수 능력자인가,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다.
"순진했다 라던가,."
"아뇨."
"내 가슴은 언제부터 커진 걸까, 라던가."
"아뇨아뇨."
"여동생의 가슴은 언제 커질까, 라던가?"
"그건 좀 걱정이네요."
툭, 하며 가볍게 꾸짖는 것 같은 맨손 촙. 그 마음의 미묘한 사정을 알 리 없지만, 지금은 그건 무엇에 대한 감정 표현일까. 언젠가 두 사람이 나이를 더 먹으면 그 대답을 듣고 싶다. 흥흥~ 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 걷는 그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스레 걷는다.
"마실 것 사러 갈까?"
치바에서도 눈에 띄는 전국 체인 편의점. 이 근처의 풍경에 걸맞게, 이 편의점 또한 남국풍의 외관이며, 주차장에는 야자나무까지 심어져 있다. 이렇게도 여름 분위기나 리조트 색에 영합하면, 겨울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걱정이 든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어요?"
"사놓지 않았지."
"그럼, 편의점으로 가죠."
그렇게 대답했지만, 내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녀가 먼저 편의점에 들어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즉단즉결로 망설임이 없으며, 남자다워서 의지가 된다. 전에 차를 구입했을 때도 매장에 들어가서 1분만에 결정했으니까. 평범한 주부라면 슈퍼에서 야채를 살 때도 조금 고민하는데.
"차로 괜찮겠지?"
"네."
또 즉결. 상품의 가격따위 보지 않는다. 이런 일로 이래저래 고민하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달까. 가능하면 콜라를 마시고 싶었지만, 나의 나약함으로 말하지 못했다.
"어머, 하루노 짱, 오랜만이구나!"
계산대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너, 하루노 짱 맞지? 상당히 예뻐졌구나."
"오랜만이에요."
"최근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요, 정말로 여러 가지 일이."
이러한 장소의 가게이기 때문일까, 점원의 제복도 일반적인 제복이 아니라 돌고래가 프린트된 알로하셔츠로, 이 또한 겨울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며 점점 수수께끼가 깊어진다.
"가족들은 잘 지내고?"
"네, 덕분에 잘 지내고 계세요."
"오늘은 혼자 왔니?"
"아뇨, 오늘은 제 남편과 같이 왔어요."
그 말에 점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검분당하고, 마치 고장난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다시 그 시선을 하루노 씨에게 되돌린다.
"지금, 뭐라고 했지?"
"그러니까, 제 남편이랑 놀러왔어요."
이번에는 점원의 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그야 그렇겠지. 나와 하루노 씨의 조합은, 어떻게 봐도 아가씨와 짐을 운반하는 알바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혹은 복잡한 가정 사정이 있어서 굉장히 닮지 않은 누나와 남동생이라던가.
"뭔가 약점이라도 잡혔니? 그렇지?"
어이, 다 들리고 있다고.
"아니에요."
"굉장히 젊어 보이는데."
"고3이니까요. 저보다 3살 연하."
잠시 침묵.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지만,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기에 익숙하다. 그러나 한가한 리조트인 이런 장소에서도 같은 반응이라니, 세상 참 어렵다.
"그래도 뭐, 약점을 잡힌 것은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바구니에 음료수를 팍팍 집어넣는다. 처음 듣는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노 씨의 비밀을 잡고 있던 걸까. 굳이 말하자면, 나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잠버릇이 나쁜 정도인데.
"안됐구나."
이 또한 그 자리의 동정을 모은다.
"그래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요."
밖의 태양에도 지지 않을 정도의 환한 미소로 이어서 말한다.
"그건, 반했다는 약점이니까요."
x x x
관리 업체에 맡겼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찾아왔을 별장인데도, 내부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청소가 잘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다. 역시 건설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만하다.
"꽤나 넓네요."
바다 쪽으로 트인 거실의 창틀이 파란 하늘을 잘라내서, 특별히 비치는 여름의 회화가 완성되고 있다. 본격적인 주방에, 큰 노천탕과 개인실도 몇 군데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건 별장이라고 하기 보다 작은 호텔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다이닝도 천장이 굉장히 높고 넓으며, 단둘이 사용하기에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부나 종업원과 함께 올 때도 있으니까."
"그렇군요."
"오늘은 사양한다고 말했어."
"어째서요?"
"왜냐하면, 단둘이 보내는 편이 좋잖아?"
당연한 것을 묻지 마, 라는 표정. 그런 대사를 정면에서 들으면 역시 부끄럽다. 이제야 츠즈키 씨의 차를 타고 오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두 사람만 있으니 긴장되네요."
"어머, 맨션에서도 항상 둘이서 지내잖아?"
"여자와 여행을 한 경험이 없어서요."
"그렇구나."
그 말을 듣자 굉장히 기쁜 듯이 "흠흠."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나는 여자와 여행을 한 경험이 없습니다. 혼자서 혼자서 커튼을 친 방에서, 어두운 청춘을 보냈을 뿐입니다.
"그럼, 나와의 여행이 처음이야?"
"그렇게 되겠네요."
"흐음."
다시 더욱 기분이 좋아졌는지, 깡총깡총 뛰며 짐 정리를 시작한다. 하루노 씨와 함께 살은지 꽤 오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하루노 씨가 하는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서 곤란하다. 뭐, 중간에서 이해하려는 헛된 노력은 포기했지만.
"그럼~ 누나가 여러 가지 가르쳐줄게."
"그건 고마워요."
"내게 다 맡겨줘!"
그렇게 말하고, 마치 평소와는 다른 사람처럼 일하기 시작한다. 뭐랄까, 평소에도 집안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인데, 무언가의 스위치가 들어간 것처럼 동작이 빠릿빠릿하다. 하루노 씨의 진심 모드는 이런 느낌이구나. 또 한 가지 공부가 되었다.
"목욕 할래?"
잠시 뒤, 문에서 얼굴만 내밀고 말을 꺼낸다.
"아뇨. 나중에 할게요."
"넓고 굉장히 기분 좋은데?"
"아직 짐 정리 남았으니까요."
"모르는 걸까나."
"하?"
"여자의 "목욕 할래? 는 함께 목욕하고 싶다는 말이라고?"
그런 말은 티베트의 고승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고. 일단 우리는 부부니까,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사인이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가족회의에서 그런 것 정하지 않았고, 만약 이것이 고교 야구라면 스퀴즈 번트 실패로 게임이 끝났을 정도다.
"빨리~ 나도 부끄럽다고."
그보다, 이미 옷 다 벗었잖아. 누가 찾아오면 어쩌려고.
"탈의실에서 벗는다는 발상은 없나요?"
"어디라도 상관없잖아?"
"아마 다를 거라 생각되는데요."
"됐으니까 빨리 들어와."
손을 이끌려, 아래층의 목욕탕으로 끌려간다. 이렇게 뒤에서 보는 경치는 최고지만, 남편으로서의 이 아내의 분방한 행동에 대해서 쓴소리를 해야 하는 걸까. 아니, 일단 그건 잠시 미루자, 그렇게 정했다.
"여기는 아빠의 자랑이야."
이곳 또한 욕실 너머로 이즈(伊豆)의 바다가 멀리 보인다. 사자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이라던가, 편백 나무의 좋은 향기가 나는 목욕통이라던가. 아주 잠시 속세의 자질구레한 일을 잊게 만들어준다.
"넓네요."
"어린 시절에는 헤엄치다 혼났다니까."
유키노시타 가(家)의 따님이 욕실에서 수영. 안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하루노 씨와 유키노시타가 알몸으로 헤엄치는 모습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장인어른, 훌륭한 욕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요."
"사실이야, 나는 꽤 개구쟁이였어."
"개구쟁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무슨 의미야?"
기분좋게 크게 웃으며 기지개를 켠다. 그 매끄러운 몸의 라인이 물속에서 아른거리고, 평소보다 더욱 요염하게 보인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함께 목욕을 하고 있다니, 아무리 설명해도 옛날의 나라면 믿지 않을 것이다.
"후우, 진정되네."
"뭔가요, 그 노인 냄새나는 말은."
"어차피 나는 노인이네요. 연상의 아내고."
"또 그런 말을."
뜨거운 물에서 발끝만 내놓고 쥐엄쥐엄 한다던가, 그런 부분이 수수하게 귀엽다. 노인이라고 해도 나와 세 살밖에 차이 나지 않고, 상식적으로 보면 보기에도 눈부신 여대생님이다. 그러니까 그런 판에 박은 듯한 쓸데없는 자학적인 비유를 할 필요가 없다.
"응석받이로 자라서 귀엽지도 않고."
"무슨 일 있어요?"
"잘도 이런 나를 아내로 받아줬구나 싶은데."
일도 없는 주 중에, 갑자기 단둘이 별장에 외출하자고 권유받았다. 이 반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느긋하게 쉰 적도 없었으니, 가끔은 둘이서 여행도 괜찮겠다 싶어서 이 권유를 받아들였지만,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 아내의 발언이 너무 귀엽다.
"저기, 히키가야 군."
"네."
"여기까지 나를 데려와줘서 고마워."
팔을 몸에 돌리고 꼬옥 안긴다. 알고 있지만 몸이 너무 매끈하다.
"반대잖아요?"
"너는, 국어를 잘 하지 않았어?"
"감정 이입은 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정말로?"
"뭣하면 승부할까요?"
점점 그 가지런한 얼굴이 다가온다.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이 관광지 분위기에 노출된 것이 틀림없다. 혹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됐다던가, 어쨌든 짐 정리는 내일 아침이다. 이대로라면 체력의 보존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연하의 그 따위 흥미 없어 - 29. 연하의 그 따위, 리조트는 달아올라!
원본 URL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479138
#29 歳下の彼なんて、リゾートは盛り上がる! | 歳下の彼なんて、興味ない - ゲルマン魂の小説シリー - pixiv
ゆっくりと大きなカーブに合わせて電車が揺れ、駅を一つ過ぎるたびに潮の香りが濃くなる。気のせいか時間もゆっくりと過ぎているようで穏やかな気持になる。 「起きて下さい」 肩の辺りが重い。向かい側に腰掛けている地元の学生が、指を咥えてこちらを見ているような気がする。確かに熱海で乗り換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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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커브에 맞춰서 천천히 전차가 흔들리고, 역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바다의 냄새가 짙어진다. 기분 탓인지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며 온화한 기분이 된다.
"일어나세요."
어깨 부근이 무겁다. 맞은편에 앉은 지역의 학생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이쪽을 보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아타미(熱海)에서 전차를 갈아탔지만, 하루노 씨처럼 이렇게나 반듯하게 갖추어진 여자는 보지 못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치바의 맨션을 나왔을 때부터 보지 못했지만.
"으응... 벌서 도착했어?"
"아직 도착하진 않았는데요, 슬슬 준비해야죠."
수학여행의 인솔 기분. 준비라고 했지만 큰 짐은 내가 안고 있고, 배우자는 작은 백을 손에 들고 있을 뿐. 애초에, 호강하고 자란 아가씨인 그녀가 땀을 흘리며 짐을 지고 가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맑은 날씨라서 다행이네."
"정말 그렇네요."
"바닷 바람도 기분 좋고."
남국풍,이라기보다는 열심히 남국을 본뜬 구조의 역에서 내려서, 크게 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기지개를 켠다. 하얀 드레스의 가슴이 강조되는 동작이라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로 짓궂다. 그리고는 곤란한 동생을 보는 것 같은 상냥한 시선. 항상 이쪽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것 같기에, 이 사람에게는 뭔가 소중한 것을 건 도박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가슴, 봤지?"
"안 봤어요."
"그렇지, 또 조금 커졌는데."
"확실히 그렇네요."
위험하다, 감쪽같이 상대의 유도신문에 걸리고 말았다.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싱긋 웃는다. 정말이지 이 사람은 내가 곤란한 모습을 보는 것에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만났을 때부터 무언가 심술을 부렸을지도. 뭣하면, 나의 곤란한 얼굴을 반찬으로 수북히 담은 밥을 먹는다던가.
"야하네~"
"괜찮잖아요. 우리들 부부니까."
"오, 자각이 있구나."
"조금은요."
짐을 끌고, 숙소로 이어지는 비탈진 언덕길을 걷는다. 바다에 인접한 경사면에 남국풍의 별장이 줄지어 있으며, 대로에는 기념품 가게나, 원색이 과다한 복장의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는 것이, 마치 장난감 상자를 뒤엎은 상태처럼 보인다.
"별장이 있었군요."
"아빠의 도락이야."
일반적인 도락과 수준이 좀 다른 것 같다.
"딸을 기쁘게 하고 싶다면서 말이지."
"헤에."
"어린 시절에는, 유키노 짱이랑 자주 왔었거든."
"그렇군요."
어린 시절의 두 사람, 완전히 귀여웠겠지, 라고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둘 다 지금과는 달리 순수하고 무구해서 천사 같았을 것이 틀림없다. 가끔 함께 식사하다가도, 옛날에는 좋았다던가 그립다는 말을 흘리고 있으니, 장인어른도 그걸로 고생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옛날의 나를 상상했지?"
"에?"
"아빠랑 똑같은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었어."
"안 했어요."
"정말로?"
이 사람은 특수 능력자인가,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다.
"순진했다 라던가,."
"아뇨."
"내 가슴은 언제부터 커진 걸까, 라던가."
"아뇨아뇨."
"여동생의 가슴은 언제 커질까, 라던가?"
"그건 좀 걱정이네요."
툭, 하며 가볍게 꾸짖는 것 같은 맨손 촙. 그 마음의 미묘한 사정을 알 리 없지만, 지금은 그건 무엇에 대한 감정 표현일까. 언젠가 두 사람이 나이를 더 먹으면 그 대답을 듣고 싶다. 흥흥~ 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 걷는 그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스레 걷는다.
"마실 것 사러 갈까?"
치바에서도 눈에 띄는 전국 체인 편의점. 이 근처의 풍경에 걸맞게, 이 편의점 또한 남국풍의 외관이며, 주차장에는 야자나무까지 심어져 있다. 이렇게도 여름 분위기나 리조트 색에 영합하면, 겨울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걱정이 든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어요?"
"사놓지 않았지."
"그럼, 편의점으로 가죠."
그렇게 대답했지만, 내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녀가 먼저 편의점에 들어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즉단즉결로 망설임이 없으며, 남자다워서 의지가 된다. 전에 차를 구입했을 때도 매장에 들어가서 1분만에 결정했으니까. 평범한 주부라면 슈퍼에서 야채를 살 때도 조금 고민하는데.
"차로 괜찮겠지?"
"네."
또 즉결. 상품의 가격따위 보지 않는다. 이런 일로 이래저래 고민하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달까. 가능하면 콜라를 마시고 싶었지만, 나의 나약함으로 말하지 못했다.
"어머, 하루노 짱, 오랜만이구나!"
계산대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너, 하루노 짱 맞지? 상당히 예뻐졌구나."
"오랜만이에요."
"최근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요, 정말로 여러 가지 일이."
이러한 장소의 가게이기 때문일까, 점원의 제복도 일반적인 제복이 아니라 돌고래가 프린트된 알로하셔츠로, 이 또한 겨울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며 점점 수수께끼가 깊어진다.
"가족들은 잘 지내고?"
"네, 덕분에 잘 지내고 계세요."
"오늘은 혼자 왔니?"
"아뇨, 오늘은 제 남편과 같이 왔어요."
그 말에 점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검분당하고, 마치 고장난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다시 그 시선을 하루노 씨에게 되돌린다.
"지금, 뭐라고 했지?"
"그러니까, 제 남편이랑 놀러왔어요."
이번에는 점원의 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그야 그렇겠지. 나와 하루노 씨의 조합은, 어떻게 봐도 아가씨와 짐을 운반하는 알바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혹은 복잡한 가정 사정이 있어서 굉장히 닮지 않은 누나와 남동생이라던가.
"뭔가 약점이라도 잡혔니? 그렇지?"
어이, 다 들리고 있다고.
"아니에요."
"굉장히 젊어 보이는데."
"고3이니까요. 저보다 3살 연하."
잠시 침묵.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지만,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기에 익숙하다. 그러나 한가한 리조트인 이런 장소에서도 같은 반응이라니, 세상 참 어렵다.
"그래도 뭐, 약점을 잡힌 것은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바구니에 음료수를 팍팍 집어넣는다. 처음 듣는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노 씨의 비밀을 잡고 있던 걸까. 굳이 말하자면, 나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잠버릇이 나쁜 정도인데.
"안됐구나."
이 또한 그 자리의 동정을 모은다.
"그래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요."
밖의 태양에도 지지 않을 정도의 환한 미소로 이어서 말한다.
"그건, 반했다는 약점이니까요."
x x x
관리 업체에 맡겼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찾아왔을 별장인데도, 내부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청소가 잘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다. 역시 건설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만하다.
"꽤나 넓네요."
바다 쪽으로 트인 거실의 창틀이 파란 하늘을 잘라내서, 특별히 비치는 여름의 회화가 완성되고 있다. 본격적인 주방에, 큰 노천탕과 개인실도 몇 군데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건 별장이라고 하기 보다 작은 호텔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다이닝도 천장이 굉장히 높고 넓으며, 단둘이 사용하기에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부나 종업원과 함께 올 때도 있으니까."
"그렇군요."
"오늘은 사양한다고 말했어."
"어째서요?"
"왜냐하면, 단둘이 보내는 편이 좋잖아?"
당연한 것을 묻지 마, 라는 표정. 그런 대사를 정면에서 들으면 역시 부끄럽다. 이제야 츠즈키 씨의 차를 타고 오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두 사람만 있으니 긴장되네요."
"어머, 맨션에서도 항상 둘이서 지내잖아?"
"여자와 여행을 한 경험이 없어서요."
"그렇구나."
그 말을 듣자 굉장히 기쁜 듯이 "흠흠."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나는 여자와 여행을 한 경험이 없습니다. 혼자서 혼자서 커튼을 친 방에서, 어두운 청춘을 보냈을 뿐입니다.
"그럼, 나와의 여행이 처음이야?"
"그렇게 되겠네요."
"흐음."
다시 더욱 기분이 좋아졌는지, 깡총깡총 뛰며 짐 정리를 시작한다. 하루노 씨와 함께 살은지 꽤 오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하루노 씨가 하는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서 곤란하다. 뭐, 중간에서 이해하려는 헛된 노력은 포기했지만.
"그럼~ 누나가 여러 가지 가르쳐줄게."
"그건 고마워요."
"내게 다 맡겨줘!"
그렇게 말하고, 마치 평소와는 다른 사람처럼 일하기 시작한다. 뭐랄까, 평소에도 집안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인데, 무언가의 스위치가 들어간 것처럼 동작이 빠릿빠릿하다. 하루노 씨의 진심 모드는 이런 느낌이구나. 또 한 가지 공부가 되었다.
"목욕 할래?"
잠시 뒤, 문에서 얼굴만 내밀고 말을 꺼낸다.
"아뇨. 나중에 할게요."
"넓고 굉장히 기분 좋은데?"
"아직 짐 정리 남았으니까요."
"모르는 걸까나."
"하?"
"여자의 "목욕 할래? 는 함께 목욕하고 싶다는 말이라고?"
그런 말은 티베트의 고승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고. 일단 우리는 부부니까,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사인이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가족회의에서 그런 것 정하지 않았고, 만약 이것이 고교 야구라면 스퀴즈 번트 실패로 게임이 끝났을 정도다.
"빨리~ 나도 부끄럽다고."
그보다, 이미 옷 다 벗었잖아. 누가 찾아오면 어쩌려고.
"탈의실에서 벗는다는 발상은 없나요?"
"어디라도 상관없잖아?"
"아마 다를 거라 생각되는데요."
"됐으니까 빨리 들어와."
손을 이끌려, 아래층의 목욕탕으로 끌려간다. 이렇게 뒤에서 보는 경치는 최고지만, 남편으로서의 이 아내의 분방한 행동에 대해서 쓴소리를 해야 하는 걸까. 아니, 일단 그건 잠시 미루자, 그렇게 정했다.
"여기는 아빠의 자랑이야."
이곳 또한 욕실 너머로 이즈(伊豆)의 바다가 멀리 보인다. 사자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이라던가, 편백 나무의 좋은 향기가 나는 목욕통이라던가. 아주 잠시 속세의 자질구레한 일을 잊게 만들어준다.
"넓네요."
"어린 시절에는 헤엄치다 혼났다니까."
유키노시타 가(家)의 따님이 욕실에서 수영. 안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하루노 씨와 유키노시타가 알몸으로 헤엄치는 모습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장인어른, 훌륭한 욕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요."
"사실이야, 나는 꽤 개구쟁이였어."
"개구쟁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무슨 의미야?"
기분좋게 크게 웃으며 기지개를 켠다. 그 매끄러운 몸의 라인이 물속에서 아른거리고, 평소보다 더욱 요염하게 보인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함께 목욕을 하고 있다니, 아무리 설명해도 옛날의 나라면 믿지 않을 것이다.
"후우, 진정되네."
"뭔가요, 그 노인 냄새나는 말은."
"어차피 나는 노인이네요. 연상의 아내고."
"또 그런 말을."
뜨거운 물에서 발끝만 내놓고 쥐엄쥐엄 한다던가, 그런 부분이 수수하게 귀엽다. 노인이라고 해도 나와 세 살밖에 차이 나지 않고, 상식적으로 보면 보기에도 눈부신 여대생님이다. 그러니까 그런 판에 박은 듯한 쓸데없는 자학적인 비유를 할 필요가 없다.
"응석받이로 자라서 귀엽지도 않고."
"무슨 일 있어요?"
"잘도 이런 나를 아내로 받아줬구나 싶은데."
일도 없는 주 중에, 갑자기 단둘이 별장에 외출하자고 권유받았다. 이 반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느긋하게 쉰 적도 없었으니, 가끔은 둘이서 여행도 괜찮겠다 싶어서 이 권유를 받아들였지만,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 아내의 발언이 너무 귀엽다.
"저기, 히키가야 군."
"네."
"여기까지 나를 데려와줘서 고마워."
팔을 몸에 돌리고 꼬옥 안긴다. 알고 있지만 몸이 너무 매끈하다.
"반대잖아요?"
"너는, 국어를 잘 하지 않았어?"
"감정 이입은 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정말로?"
"뭣하면 승부할까요?"
점점 그 가지런한 얼굴이 다가온다.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이 관광지 분위기에 노출된 것이 틀림없다. 혹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됐다던가, 어쨌든 짐 정리는 내일 아침이다. 이대로라면 체력의 보존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괜찮지만."
속눈썹을 셀 수 있을 정도의 거리. 굉장히 길다.
"분명, 내 승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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