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시 들은 날씨 예보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 빗방울이 가차 없이 유리창을 내리치는 오후의 부실.
손에 들은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우리들 쪽을 돌아보며 중대한 비밀이라도 털어놓는 것처럼 말을 꺼낸다.
"에, 좋은 일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그 언니가 상냥해졌단다?"
휴대폰을 만지면서 건성으로 대답하는 유이가하마. 이쪽도 손을 멈추고 진지하게 듣는다.
"나, 하루노 언니는 뿌리는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뿌리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줄기와 입은 썩어있단다."
"너무해, 유키농."
너무하잖아, 유키노시타. 남의 아내에게 갑자기 무슨 트집이야. 확실히 나도 약혼 전까지는 [최종 보스] 라든가 [대마왕] 이라든가 마음속으로 놀렸지만, 실제로는 귀여운 구석도 있다고. 그것을 남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어떤 식으로 상냥하게 변했는데?"
"평범해."
"에, 그러니까, 그건 무슨?"
"평범한 언니처럼 변했어."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겠는데, 애초에 하루노 씨가 여동생인 유키노시타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뭐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들 앞에서 보였던 그것이 그렇다고 한다면, 상당히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오랜만에 친가에 돌아가니, 우연히 언니가 있었는데."
"그야 있겠지?"
"아니, 요즘은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거든."
"자취라도 시작했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걸."
하루노 씨는 우리 집에서 맡고 있다. 라고 할까 하루노 씨가 나를 부양하고 있는것이지. 유키노시타는 생각 없이 누구라고 말하는 타입이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비밀이 새어 나갈 수도 있기에, 우리들의 일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다. 댐의 붕괴는 개미구멍에서 시작된다. 라는 비유도 있으니까.
"그래서, 어떤 점이 언니같은데?"
"내가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슬쩍 담요를 덮어 준다거나."
"헤에, 상냥한 언니잖아."
"옛날의 언니라면, 얼굴에 낙서를 했을 거라고."
"저기, 거짓말이지?"
"사실이야. 유성 매직으로, 이마에 『고양이』 라든가."
"진짜!?"
정말로 진짜!? 뭐 하는 거예요 하루노 씨! 성인인 언니가 동생의 잠든 얼굴에 낙서라니, 어떻게 생각해도 장난이 너무 지나치지 않나요!? 아, 그런 나도 신혼초에 자고 있는 사이에 유성 매직으로 중요한 곳에 『코끼리』 라고 낙서된 일도 있었지. 그때는 깜짝 놀라버려서, 무심코 [어머, 하치만의 빈틈을 보였네] 라고 말했으니까.
"다음은, 그, 내가 목욕하는 사이에."
힐끗 보며 이쪽을 향해 목소리를 낮춘다.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로 교체하고, 콧노래 부르면서 내 반응을 즐기기도 하고."
"아하하, 악취미네."
"그게 지금은 목욕에 같이 들어가서 등을 씻겨주기도 하고."
"헤에, 하루노 언니,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 아냐?"
"유이가하마 양도 그렇게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든가."
철렁! 그러니까 너는 쓸데없이 감이 좋다니까, 유이가하마. 일단 우리들의 일은 관계자와 사전 교섭을 해놔서 간단하게는 들키지 않는 방도를 해놨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자의 직감은 어쩔 수 없다. 왠지 식은땀이 흐른다. 이 녀석들한테 들킨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무섭다.
"욕실에서의 언니, 이상하게 반질반질했어."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야."
"가슴이나 허리 부분도, 그, 충실하다는 느낌이었고."
"에엣! 그거, 혹시?"
"아마도, 그렇다는 것이겠지."
저기~ 너희들은 목소리를 낮춰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조용한 부실에서 세 사람뿐이라 여기까지 들리거든요. 왠지 여자토크라고 두근두근하고, 더구나 나는 말이야. 그 당사자이기도 하니까, 적당히 하지 않으면 [꺄~! 부끄러워~!] 가 된다고, 내가.
"하루노 언니의 상대는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터무니없는 사람이겠지. 그 언니를 다룰 정도니까."
"근육이 울퉁불퉁인?"
"코만도와 터미네이터를 더한 것 같은 느낌일 거야. 분명히."
"굉장할지도."
아니,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애초에 그 두 명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잖아. 유키노시타의 근육질 이미지는 그거냐. 좀 낡지 않았어?
"얼굴은 어떠려나?"
"이단 헌트야. 언니는 어린 시절부터 멋지고 예쁜 얼굴만을 좋아했으니까."
"몸은 아놀드에 얼굴은 톰 크루즈인가."
"그런 사람은 없겠지."
없다고. 있을 리 없잖아! 그런 눈에 띄는 첩보원 따위는 곧바로 발견돼서 어둠에 묻힌다고. 애초에 유키노시타가 생각하는 취미는 어딘가 어긋난 게 아닌가? 매일 아침 화장실의 거울에서 보이는 인물과의 모순(괴리)이 극심한데.
"그래도 뭐, 그렇게 보여도 응석 부리고 싶어 하는 부분도 있고."
"헤에, 의외일지도."
"어렸을 적에는 자주 아버지에게 응석 부렸거든."
"조금 상상이 안 되네."
"그러니, 의외로 근처에 있는 남자의 무릎베개로 편히 쉬기도 하니까."
아니아니, 역시 그건 아니잖아. 일단 같이 살고 있지만 그런 아이 처럼 응석 부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보다, 그런 하루노 씨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좀 무섭다고.
x x x
"그래서, 이건 무슨 짓인가요?"
"무릎베개, 히키가야 군, 모르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만."
에, 그러니까,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저녁 식사 후 빈둥빈둥하고 있던 참에, 하루노 씨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허벅지를 고양이처럼 데굴 하고 굴러와서 무릎을 배고 있다. 뭐야 이거. 우리집 고양이 카마쿠라조차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데.
"요놈요놈, 밤도 늦었는데 큰소리 내면 안 되겠지?"
"아니, 갑자기 무릎을 배면 놀라잖아요?"
"히키가야 군, 한 적 없어?"
"어릴 시절에 잠시 해봤을 뿐이에요."
"무릎 베게라는 건 어른이 되면 좀처럼 할 수 없잖아?"
"무리하게 할 필요도 없지만요."
"좋잖아. 나는 하고 싶어. 야속하게 말하지 말고."
쭉 뻗은 팔을 허리에 감고, 뒤척이며 이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옛날, 코마치가 어릴 적에 해준 이후 처음이구나. 왠지 다리에 여자의 중량감을 느끼자 묘하게 초조하다. 예술품 같은 반듯한 얼굴에 긴 속눈썹의 그림자. 색색 하며 작은 숨이 사랑스럽다.
"싫으면 그만두겠지만."
"아~ 뭐라고 할까, 싫다 든가 그런게 아니고."
"그럼 뭔데?"
뭐랄까, 일단 나와 하루노 씨는 부부인 이유로, 무엇을 해도 오케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에게 무릎 베개 해줬다. 라는 사실은 과연 정말로 괜찮은 걸까. 하야마가 알게 된다면, 하룻밤 사이에 금발이 백발이 되어 버린다고. 아니 진짜로.
"제 무릎으로 좋은 걸까, 싶어서."
"너는 정말로 상냥하구나."
"비아냥인가요."
"지금은 본심이야."
킥킥. 목소리를 억누르며 웃는다. 배꼽 근처의 숨 때문에 간지럽기 짝이 없다. 나는 귀도 약하지만 배도 나름 약한데 알려주는 것을 잊었다. 살며시 눈을 뜨며 장난스럽게 올려다 본다.
"오늘은 싫은 일이 있었거든."
"마지막에 정의의 아군이 나타났다고? 그래서 [기억하라고!] 라며, 도망치며 대사라도 했나요?"
"왜 내가 악역의 위치인거야."
"아니, 왠지 모르게."
"정말, 실례라구."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누르면서 돌리면 아프다구요. 너무 익살스럽게 흉내를 내면 진심으로 화내겠지만, 이 정도라면 허용 범위인가. 미목수려에다가 만지작거리는 재미있는 사람의 소질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구실의 실험이 잘 되지 않았다. 라든가?"
"아냐."
"그럼, 장인어른의 회사에 뭔가 위험한 일이라도."
"그것도 아냐. 경영은 순조롭거든."
뺨을 부풀리며 불만을 어필. 기본이 너무 갖춰져 있어서 재미있는 얼굴이 되지 않는다. 라고 할까,
그 뺨을 콕콕 찔러보고 싶다. 분명 화내겠지만.
"대학의 친구가 보란 듯이 드러내서 과시하지 뭐야. 남자친구와 꽁냥꽁냥 하는 모습을."
"꽁냥꽁냥?"
"응, 내 앞에서 찰싹 달라붙어서 애인 자랑을 하는데 말이지, 엄청 짜증 나더라?"
"뭐예요, 그런 일로."
"뭐예요, 가 아니라고. 여심을 모르네."
"수학 다음으로 서투르거든요."
"입만큼은 능숙하다니까."
"피차일반이잖아요."
"정말, 이렇게 할거야!"
"아, 잠깐, 멈추세요!"
우햐햐, 무릎 위에서 때굴때굴하며, 아니아니 진짜 위험하다고요! 여러 부분이 자극되고 여러가지로 위험하고요! 여자는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이 사람의 경우는 알고 하는 거잖아.
"나는 모두에게 우리 남편을 자랑하고 싶은 것 뿐인데."
한바탕 장난친 후. 얼굴을 묻은 채,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우~ 라며 작게 신음소리를 내는 점은, 마치 분별력 없는 작은 동물 같다. 최랄까, 최종 보스의 정체가 사실은 작은 동물이라니, 너무 귀여울지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노 씨, 저 따위보다 자랑할 수 있는 게 그 외에도 많이 있잖아요?"
"모두 부모님에게 받은 것 뿐이야."
"하루노 씨 자신의 노력은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부모의 손을 잡고 똑바로 걸어온 것 뿐이야."
"똑바로 걸은 것만으로도 훌륭해요."
"너는 여러 가지를 왜곡해서 보는구나."
"성격이니까요. 만약을 위해서."
"아하하, 그건 고치자고."
어쩐지 언제나 자신만만한 부분이 희미해져가서 미치겠다. 왠만큼 익숙해져도 좋을 텐데,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두근두근 하고, 여자의 부드러운 몸의 느낌에 온 신경을 가져간다.
"모두의 앞에서『이 사람이 제 남편이예요~!』라고 손을 잡고 크게 소리치고 싶어."
"어쩐지 취급이 변질자의 그건데요."
"비슷하겠지. 이런 절세의 미인을 사로잡았으니."
"지금, 슬쩍 자기 자랑했네요."
"후후, 엄마에게 감사해야겠네."
정말로 빈둥빈둥 하며 따돌리는듯한 느낌으로 종잡을 수 없다. 등골까지 일순간 얼릴것 같은 눈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상냥한 미소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도 있다. 뭐, 대체로 무섭다고 분류하는 사람들 뿐이겠지만.
"적어도 손을 잡고 걷는건?"
"장소에 따라서요."
"이나게 해안에서 미하마 지구 커뮤니티 센터 앞을 통해서 다카하마 공원까지."
"학교의 통학로잖아요. 안돼요."
"쳇, 들켰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는게, 손해 보는 기분이예요."
"히키가야 군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니까."
"또 적당한 말을."
"적당한 말이 아니라고, 예전부터 좋아했으니까."
잠깐잠깐, 처음 듣는데요. 이른바 [묻지 않았다] 라는 느낌인데. 애초에 첫 대면 때부터 다크 오라 전개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하고 큐어한 남고생을 암흑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군요. 틀림없이 제국 재건을 거들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의외네요. 언제나 고압적으로 농락한 것 같은 기분인데요."
"아~ 모르는구나."
"그러니까 의외네요. 라고 말했잖아요."
"불평과 불만은, 의존 행동의 일종이라고?"
"에,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사람은 호의적으로 생각하면,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불만을 털어놓는다. 라는 말이야."
휙 돌아서 밑에서 지그시 바라본다. 크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예쁜 눈동자. 화를 내거나 웃거나 이 사람의 근육은 혹사당하고 있겠지.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눈을 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이 자세라면 몸과 허리가 힘든데요."
"단련이 부족한 거라고. 내일부터 새벽 산책이라도 할까?"
"손잡고요?"
후훗. 하며 작은 숨을 뱉으며, 손을 더듬으며 내 손을 살며시 잡는다. 얼굴을 가까이 해서 클로즈업 해도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닿기 직전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연하의 그 따위, 흥미 없어 - 8. 연상의 아내 따위, 조금 자랑하고 싶어.
원본 URL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476726
「歳上の妻なんて、ちょっと自慢したい」/「ゲルマン魂」[pixiv]
「最近、姉さんが優しくて変なの」 出掛けに聞いた天気予報も大きく外れ、雨粒が容赦なく窓ガラスを叩きつける午後の部室。手にした読みかけの本に栞を挟み、俺たちの方に向き直り重大な秘密でも打ち明けるかのようにポツリと言葉を吐く。 「え、良いことなんじゃない」 「だって、あの姉さんが優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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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니가 상냥해서 이상해."
외출시 들은 날씨 예보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 빗방울이 가차 없이 유리창을 내리치는 오후의 부실.
손에 들은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우리들 쪽을 돌아보며 중대한 비밀이라도 털어놓는 것처럼 말을 꺼낸다.
"에, 좋은 일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그 언니가 상냥해졌단다?"
휴대폰을 만지면서 건성으로 대답하는 유이가하마. 이쪽도 손을 멈추고 진지하게 듣는다.
"나, 하루노 언니는 뿌리는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뿌리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줄기와 입은 썩어있단다."
"너무해, 유키농."
너무하잖아, 유키노시타. 남의 아내에게 갑자기 무슨 트집이야. 확실히 나도 약혼 전까지는 [최종 보스] 라든가 [대마왕] 이라든가 마음속으로 놀렸지만, 실제로는 귀여운 구석도 있다고. 그것을 남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어떤 식으로 상냥하게 변했는데?"
"평범해."
"에, 그러니까, 그건 무슨?"
"평범한 언니처럼 변했어."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겠는데, 애초에 하루노 씨가 여동생인 유키노시타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뭐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들 앞에서 보였던 그것이 그렇다고 한다면, 상당히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오랜만에 친가에 돌아가니, 우연히 언니가 있었는데."
"그야 있겠지?"
"아니, 요즘은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거든."
"자취라도 시작했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걸."
하루노 씨는 우리 집에서 맡고 있다. 라고 할까 하루노 씨가 나를 부양하고 있는것이지. 유키노시타는 생각 없이 누구라고 말하는 타입이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비밀이 새어 나갈 수도 있기에, 우리들의 일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다. 댐의 붕괴는 개미구멍에서 시작된다. 라는 비유도 있으니까.
"그래서, 어떤 점이 언니같은데?"
"내가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슬쩍 담요를 덮어 준다거나."
"헤에, 상냥한 언니잖아."
"옛날의 언니라면, 얼굴에 낙서를 했을 거라고."
"저기, 거짓말이지?"
"사실이야. 유성 매직으로, 이마에 『고양이』 라든가."
"진짜!?"
정말로 진짜!? 뭐 하는 거예요 하루노 씨! 성인인 언니가 동생의 잠든 얼굴에 낙서라니, 어떻게 생각해도 장난이 너무 지나치지 않나요!? 아, 그런 나도 신혼초에 자고 있는 사이에 유성 매직으로 중요한 곳에 『코끼리』 라고 낙서된 일도 있었지. 그때는 깜짝 놀라버려서, 무심코 [어머, 하치만의 빈틈을 보였네] 라고 말했으니까.
"다음은, 그, 내가 목욕하는 사이에."
힐끗 보며 이쪽을 향해 목소리를 낮춘다.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로 교체하고, 콧노래 부르면서 내 반응을 즐기기도 하고."
"아하하, 악취미네."
"그게 지금은 목욕에 같이 들어가서 등을 씻겨주기도 하고."
"헤에, 하루노 언니,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 아냐?"
"유이가하마 양도 그렇게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든가."
철렁! 그러니까 너는 쓸데없이 감이 좋다니까, 유이가하마. 일단 우리들의 일은 관계자와 사전 교섭을 해놔서 간단하게는 들키지 않는 방도를 해놨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자의 직감은 어쩔 수 없다. 왠지 식은땀이 흐른다. 이 녀석들한테 들킨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무섭다.
"욕실에서의 언니, 이상하게 반질반질했어."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야."
"가슴이나 허리 부분도, 그, 충실하다는 느낌이었고."
"에엣! 그거, 혹시?"
"아마도, 그렇다는 것이겠지."
저기~ 너희들은 목소리를 낮춰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조용한 부실에서 세 사람뿐이라 여기까지 들리거든요. 왠지 여자토크라고 두근두근하고, 더구나 나는 말이야. 그 당사자이기도 하니까, 적당히 하지 않으면 [꺄~! 부끄러워~!] 가 된다고, 내가.
"하루노 언니의 상대는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터무니없는 사람이겠지. 그 언니를 다룰 정도니까."
"근육이 울퉁불퉁인?"
"코만도와 터미네이터를 더한 것 같은 느낌일 거야. 분명히."
"굉장할지도."
아니,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애초에 그 두 명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잖아. 유키노시타의 근육질 이미지는 그거냐. 좀 낡지 않았어?
"얼굴은 어떠려나?"
"이단 헌트야. 언니는 어린 시절부터 멋지고 예쁜 얼굴만을 좋아했으니까."
"몸은 아놀드에 얼굴은 톰 크루즈인가."
"그런 사람은 없겠지."
없다고. 있을 리 없잖아! 그런 눈에 띄는 첩보원 따위는 곧바로 발견돼서 어둠에 묻힌다고. 애초에 유키노시타가 생각하는 취미는 어딘가 어긋난 게 아닌가? 매일 아침 화장실의 거울에서 보이는 인물과의 모순(괴리)이 극심한데.
"그래도 뭐, 그렇게 보여도 응석 부리고 싶어 하는 부분도 있고."
"헤에, 의외일지도."
"어렸을 적에는 자주 아버지에게 응석 부렸거든."
"조금 상상이 안 되네."
"그러니, 의외로 근처에 있는 남자의 무릎베개로 편히 쉬기도 하니까."
아니아니, 역시 그건 아니잖아. 일단 같이 살고 있지만 그런 아이 처럼 응석 부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보다, 그런 하루노 씨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좀 무섭다고.
x x x
"그래서, 이건 무슨 짓인가요?"
"무릎베개, 히키가야 군, 모르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만."
에, 그러니까,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저녁 식사 후 빈둥빈둥하고 있던 참에, 하루노 씨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허벅지를 고양이처럼 데굴 하고 굴러와서 무릎을 배고 있다. 뭐야 이거. 우리집 고양이 카마쿠라조차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데.
"요놈요놈, 밤도 늦었는데 큰소리 내면 안 되겠지?"
"아니, 갑자기 무릎을 배면 놀라잖아요?"
"히키가야 군, 한 적 없어?"
"어릴 시절에 잠시 해봤을 뿐이에요."
"무릎 베게라는 건 어른이 되면 좀처럼 할 수 없잖아?"
"무리하게 할 필요도 없지만요."
"좋잖아. 나는 하고 싶어. 야속하게 말하지 말고."
쭉 뻗은 팔을 허리에 감고, 뒤척이며 이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옛날, 코마치가 어릴 적에 해준 이후 처음이구나. 왠지 다리에 여자의 중량감을 느끼자 묘하게 초조하다. 예술품 같은 반듯한 얼굴에 긴 속눈썹의 그림자. 색색 하며 작은 숨이 사랑스럽다.
"싫으면 그만두겠지만."
"아~ 뭐라고 할까, 싫다 든가 그런게 아니고."
"그럼 뭔데?"
뭐랄까, 일단 나와 하루노 씨는 부부인 이유로, 무엇을 해도 오케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에게 무릎 베개 해줬다. 라는 사실은 과연 정말로 괜찮은 걸까. 하야마가 알게 된다면, 하룻밤 사이에 금발이 백발이 되어 버린다고. 아니 진짜로.
"제 무릎으로 좋은 걸까, 싶어서."
"너는 정말로 상냥하구나."
"비아냥인가요."
"지금은 본심이야."
킥킥. 목소리를 억누르며 웃는다. 배꼽 근처의 숨 때문에 간지럽기 짝이 없다. 나는 귀도 약하지만 배도 나름 약한데 알려주는 것을 잊었다. 살며시 눈을 뜨며 장난스럽게 올려다 본다.
"오늘은 싫은 일이 있었거든."
"마지막에 정의의 아군이 나타났다고? 그래서 [기억하라고!] 라며, 도망치며 대사라도 했나요?"
"왜 내가 악역의 위치인거야."
"아니, 왠지 모르게."
"정말, 실례라구."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누르면서 돌리면 아프다구요. 너무 익살스럽게 흉내를 내면 진심으로 화내겠지만, 이 정도라면 허용 범위인가. 미목수려에다가 만지작거리는 재미있는 사람의 소질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구실의 실험이 잘 되지 않았다. 라든가?"
"아냐."
"그럼, 장인어른의 회사에 뭔가 위험한 일이라도."
"그것도 아냐. 경영은 순조롭거든."
뺨을 부풀리며 불만을 어필. 기본이 너무 갖춰져 있어서 재미있는 얼굴이 되지 않는다. 라고 할까,
그 뺨을 콕콕 찔러보고 싶다. 분명 화내겠지만.
"대학의 친구가 보란 듯이 드러내서 과시하지 뭐야. 남자친구와 꽁냥꽁냥 하는 모습을."
"꽁냥꽁냥?"
"응, 내 앞에서 찰싹 달라붙어서 애인 자랑을 하는데 말이지, 엄청 짜증 나더라?"
"뭐예요, 그런 일로."
"뭐예요, 가 아니라고. 여심을 모르네."
"수학 다음으로 서투르거든요."
"입만큼은 능숙하다니까."
"피차일반이잖아요."
"정말, 이렇게 할거야!"
"아, 잠깐, 멈추세요!"
우햐햐, 무릎 위에서 때굴때굴하며, 아니아니 진짜 위험하다고요! 여러 부분이 자극되고 여러가지로 위험하고요! 여자는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이 사람의 경우는 알고 하는 거잖아.
"나는 모두에게 우리 남편을 자랑하고 싶은 것 뿐인데."
한바탕 장난친 후. 얼굴을 묻은 채,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우~ 라며 작게 신음소리를 내는 점은, 마치 분별력 없는 작은 동물 같다. 최랄까, 최종 보스의 정체가 사실은 작은 동물이라니, 너무 귀여울지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노 씨, 저 따위보다 자랑할 수 있는 게 그 외에도 많이 있잖아요?"
"모두 부모님에게 받은 것 뿐이야."
"하루노 씨 자신의 노력은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부모의 손을 잡고 똑바로 걸어온 것 뿐이야."
"똑바로 걸은 것만으로도 훌륭해요."
"너는 여러 가지를 왜곡해서 보는구나."
"성격이니까요. 만약을 위해서."
"아하하, 그건 고치자고."
어쩐지 언제나 자신만만한 부분이 희미해져가서 미치겠다. 왠만큼 익숙해져도 좋을 텐데,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두근두근 하고, 여자의 부드러운 몸의 느낌에 온 신경을 가져간다.
"모두의 앞에서『이 사람이 제 남편이예요~!』라고 손을 잡고 크게 소리치고 싶어."
"어쩐지 취급이 변질자의 그건데요."
"비슷하겠지. 이런 절세의 미인을 사로잡았으니."
"지금, 슬쩍 자기 자랑했네요."
"후후, 엄마에게 감사해야겠네."
정말로 빈둥빈둥 하며 따돌리는듯한 느낌으로 종잡을 수 없다. 등골까지 일순간 얼릴것 같은 눈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상냥한 미소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도 있다. 뭐, 대체로 무섭다고 분류하는 사람들 뿐이겠지만.
"적어도 손을 잡고 걷는건?"
"장소에 따라서요."
"이나게 해안에서 미하마 지구 커뮤니티 센터 앞을 통해서 다카하마 공원까지."
"학교의 통학로잖아요. 안돼요."
"쳇, 들켰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는게, 손해 보는 기분이예요."
"히키가야 군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니까."
"또 적당한 말을."
"적당한 말이 아니라고, 예전부터 좋아했으니까."
잠깐잠깐, 처음 듣는데요. 이른바 [묻지 않았다] 라는 느낌인데. 애초에 첫 대면 때부터 다크 오라 전개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하고 큐어한 남고생을 암흑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군요. 틀림없이 제국 재건을 거들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의외네요. 언제나 고압적으로 농락한 것 같은 기분인데요."
"아~ 모르는구나."
"그러니까 의외네요. 라고 말했잖아요."
"불평과 불만은, 의존 행동의 일종이라고?"
"에,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사람은 호의적으로 생각하면,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불만을 털어놓는다. 라는 말이야."
휙 돌아서 밑에서 지그시 바라본다. 크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예쁜 눈동자. 화를 내거나 웃거나 이 사람의 근육은 혹사당하고 있겠지.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눈을 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이 자세라면 몸과 허리가 힘든데요."
"단련이 부족한 거라고. 내일부터 새벽 산책이라도 할까?"
"손잡고요?"
후훗. 하며 작은 숨을 뱉으며, 손을 더듬으며 내 손을 살며시 잡는다. 얼굴을 가까이 해서 클로즈업 해도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닿기 직전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손을 잡고 걷는 건, 꿈속 만으로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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