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의 죄와 나의 죄 - 9. 그리고 그녀와 그의 마음이 교착한다.

원본 URL : http://novel.syosetu.org/49327/9.html

ぶーちゃん☆님의 작품이며, 허가를 받고 번역했습니다.

 

 

 

뚝뚝 비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에 문득 일어나 시계를 봤다.

 

"벌써 5시인가....."

 

어느샌가 비가 내리고 있구나.

그러고보니 지금 장마였지? 이제 요일 감각은 커녕, 지금이 몇월인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내 시간은, 5월에서 멈춰버렸으니까.

 

어젯밤도 결국 자지못하고, 그대로 계속 이불속에서 멍하니 있어서, 조금은 자버린것 같아서, 눈치채니 오늘도 앞으로 7시간이면 끝나버리는구나.

 

아~ ....... 그러고보니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안먹었구나......

조금 배가 고플지도.

먹어도 아마 토해버리겠지만.

 

최근 내 생활은 대부분 이렇다.

화장실과 욕실 말고는 방에서 나가지도 않으며, 어머니가 만들어서 방 앞에 놔준 밥을 마음이 내키면 먹는다

나머지는 그냥 침대의 이불속에서 편안하고 따뜻하게 티비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나는 뭘 위해 살아있는걸까......?

 

항상 그렇듯, 사고회로는 오늘도 정상영업인것 같다.

티비를 봐도, 음악을 들어도, 만화를 읽어도 머릿속은 그일이나, 혹은 그때의 일만 가득.....

 

오늘도 여느때와 변함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어쩌면 이대로 모든것이 변하지 않고 지나가는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이런시간에 손님인가. 또 학교의 녀석들인걸까....

그러고보니 전에 한번 유키짱과 사오리짱이 찾아온일이 있었구나. 만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등교거부가 되고나서 친구가 집에 찾아온것은 그것뿐.

 

"그말은 결국...... 누구도 진지하게 널 찾으려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소리지. 너도 알거 아냐. 네가 그 정도의......"

 

언젠가의 그녀석의 말이 다시 머리를 스친다.

 

정말로 그 말대로다. 그때 그녀석이 했던 말은 무엇하나 틀리지 않았다.

 

결국 나를 아무도 찾지 않았다.

찾아주었으면 해서 떼를 썼지만,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

 

밑바닥 세계의 주민.

 

유일하게 나를 찾아내준것은, 매우 싫어하는 그녀석뿐......

 

또 그녀석에 대해서 생각해버렸다.

이제 그녀석의 얼굴따위, 그녀석의 목소리따위는 생각하고싶지 않은데......

 

하지만 신은 무정하게도, 그 생각해내고 싶지 않은 소리를 집에 보냈다.

 

 

x x x

 

 

"어이! 사가미! 있는거지! 조금 이야기가 있어! 내려와줘!

 

......................어째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집에 있는건데?

누구에게도 침범당하지 않는 내 영역에, 어째서 그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이건 꿈? 환청?

마침내 이상하게 되어버린건가, 나......

 

"잠깐! 너 무슨생각 하는거야! 경찰에 신고할거야!?"

 

적어도 환청따위는 아니다......

어머니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 꿈이구나. 나 아직 자고있구나.

불쾌하니까 빨리 눈을 뜨자......

 

"어이! 사가미! 듣고있냐? 가능하면 빨리 내려와주지 않을래? 빨리 내려오지 않으면 정말로 신고당한다고!"

 

꿈일텐데 깨어나지 못한다.

이건, 꿈이...... 아니야......?

 

그럼 어째서......? 어째서 저녀석이 집에 있는거야!?

왜 나를 부르는거야!?

 

"괜찮은거냐!? 학교 제일로 미움받는 내가 등교거부하는 녀석의 집에 돌격했다고 소문이 퍼지면, 더욱 더 터무니없는 웃음거리가 된다고!"

 

그녀석의 목소리는 나를 도발하듯이 울린다.

 

어째......서?

뭐하러온거야......?

 

비웃으러 온거야? 바보취급 하러왔어? 제일 싫어하는 나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러온거야?

 

웃기지마...... 웃기지마...... 웃기지마......!

 

"......웃기지마..."

 

나는 문을 세차게 열어 방을 뛰어나가 그 소리쪽으로 향했다.

 

분노로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계단을 내려간다...... 그녀석이.... 히키가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x x x

 

 

죽은듯한 눈으로 나를 보는 히키가야에게 마음껏 손바닥을 내려쳤다.

 

"큿~......아프네....."

"뭐하러왔어! 너 뭐하러 온거야!?"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등교거부가 되고나서부터...... 아니, 사실은 그날로부터 계속. 생각하고싶지도 않았는데.....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내 안에서 몰아내지 못하고 계속 눌러앉아있던 히키가야가, 지금 눈앞에 있다.

 

분노인가 당황스러움인가 영문을 모르는 감정이 흘러넘쳐오고, 눈앞의 이녀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뭐하러 왔냐고 묻잖아! 뭐야? 제일 싫어하는 내 꼴사나운 모습을 보러온거야? 싫어하는 내 초라한 모습을 보러온거야!? ...... 웃기지마!"

 

다시한번 손바닥을 내리친다.

이제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상황도, 자신도, 이녀석도, 뭐가 뭔지도.....

 

"미나미......!"

 

어머니가 걱정스러운듯 나를 바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지금 나에게는..... 눈물로 번져서 잘 보이지않는 내 눈에는 왼쪽뺨이 빨갛게 물든 히키가야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히키가야가 입을 일그러뜨렸다. 그 때 나를 책망했던때와 똑같이.

 

"핫! 자만하지마라. 사가미. 누가 너를 싫어한다고? 너, 싫어할만큼 나에게 의식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잠깐, 너 적당히......"

"나는 너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없다고. 무관심이다. 자만하지마라."

 

열받아...... 열받아열받아열받아열받아..........!

 

그래도 아무것도 반박 할 수 없다........ 아마도 그게 진실이니까.

 

".......그렇다면, ..... 그렇다면 뭐하러 온거야!? 나를 비웃으러 온게 아니라면, 나에게 무관심이라면...... 너는 이런곳까지 뭐하러 온거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와중에, 히키가야는 그렇게 말했다.

 

"일이다. 사가미, 너를 구해달라고 의뢰를 받았다."

 

 

x x x

 

 

"나를......? 나를 구해달라고......?

 

누구도 찾지않는 나를?

누구도 찾지못한 나를?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히키가야는 그렇게 말했다.

 

"아아. 너를 구해줬으면 한다고해서말야. 유우키와 오리사와가 말이다."

 

유키짱이랑 사오리짱?

그렇지만...... 그 두사람은 나를 배신했는데..... 나를 져버렸는데.....

 

"...............돌아가."

 

 

뭐야? 의미를 모르겠어...

뭐라고? 구해줬으면 한다고.

자신들이 져버린주제에, 사람에게 부탁해서 구해달라니, 뭐야?

 

게다가 하필 이녀석에게, 봉사부에게......

 

".......돌아가, 돌아가라고. 나는 그애들에게 구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어..... 너따위에게도 부탁하지 않았어. 원하지 않은 친절이야."

 

시시하다. 이만큼 이성을 잃어서 울고 소리지르고 때리고.

단지 약간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귀찮음을 떠넘긴 녀석들과 떠넘겨받은 녀석들과는 할 이야기는 없다.

나는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정말이지. 또 도망치는거냐. 너는 항상 그렇구나."

 

조금전까지 머리에 피가 오른 상태라면, 다시 발끈해서 말대답했겠지.

하지만 진상을 알게 된 나는, 어쩐지 벌써 식어버렸다.

 

"그렇네. 나는 네가 말하는대로 밑바닥세계의 주민이니까말야. 도망치는거야. 싫은일로부터....."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런말을 내뱉으며 계단으로 나아간다.

빨리 그 계단을 올라서 안전한 영역으로 돌아간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 유우키와 오리사와, 굉장히 후회하고 있어. 울면서 사가미를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해왔다고."

 

핫...... 뭘 새삼스레.

단지 죄악감에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이잖아.

 

나도 도망쳤으니까, 너희들도 도망치면 되잖아.

 

"그녀석들말야, 네가 학교에 돌아와준다면, 너와 함께 클래스에서, 학교에서 고립되어도 좋다고 말했다고."

 

 

.........................엣?

 

 

"너를 져버린일은 후회할 수 없을정도로 후회하고 있어. 이제 다시 그런 기분이 되는건 싫으니까 함께 고립되겠다고."

"......거짓.....말....?"

 

계단으로 향하던 발이 멈췄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중에 히키가야가 다그쳐 왔다.

 

"너말야, 나 엄청 싫어하지. 자의식과잉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 너라면 타인을 위해서 나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겠어?"

"......"

"싫어하는 녀석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짜로 굉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생각해. 게다가 남을 위해서라고?"

"......"

"게다가 자신들도 함께 고립된다는 각오를 결정했어. 원래 외톨이인 나는 잘 모르겠지만, 꽤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

"그런 두사람으로부터 의뢰를 받았기 때문에, 나도 네 그렇습니다. 라고 간단하게 너를 보내줄 순 없는거야."

 

.......의미를 모르겠어. 배신한 주제에..... 져버린주제에.....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그리고 이녀석도......

 

내 죄를 혼자서 덮어쓴 피해자인 주제에, 의뢰라고 하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바보같아......

 

"..........라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작은 소리가 되어, 히키가야에게 닿지 않는다.

 

"......앙?"

"......올라가라고."

".......하?"

"알았으니까 올라가, 내 방........... 계단 위에서 가장 안쪽방이니까, 들어가서 기다려줘....."

 

나는 무슨말을 하는걸까?

어째서 나는 히키가야를 방에 들어가라고 한거지?

 

"아니아니 기다려기다려......!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의미를 모르겠는데......"

"잠깐! 잠깐, 미나미!?"

 

당황하는 히키가야와 어머니를 무시하고 주방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가볍게 패닉이 되어있는 나는, 차를 가지러 가는것 같다.

 

"......괜찮으니까..... 지금 차를 가져갈테니 올라가있어."

 

히키가야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부억으로 나아간다.

멀리서 "아, 아니....." 라고 들렸지만, 알까보냐.

너도 패닉이 되면 되는거야.

 

 

x x x

 

 

주방에서 차의 준비를 시작하자, 어머니가 황급히 나를 멈춰세웠다.

 

"잠깐! 미나미!? 어째서 갑자기 방으로 부른거야!? .....괜찮은거야? 그런 애를 방에 들여보내도....."

"괜찮아. 그녀석 외톨이에 겁쟁이에다 어쩔 수 없는 녀석이니까, 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그래도....... 어째서 갑자기.....?"

"...........모르겠어."

 

정말로 모르겠다. 나는 뭘 하고 있는걸까.

벌써 한달째 등교거부인데다, 한달만에 사람과 이야기하는가 생각했는데, 갑자기 방으로 올라가라니.

 

지금까지 남자를 방에 들여보낸적은 없는데, 하필이면 어째서 히키가야......?

 

"어쨌든 괜찮으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말아달라니 어느 입이 말한걸까......

등교거부가 되어서 이만큼 걱정하게 만들어놓고, 더욱 이런 기행에 발을 디디고 걱정하지 말라니, 스스로도 엉망진창이다.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를 무시하고, 차 준비를 계속한다.

 

 

저녀석은 커피가 좋겠지.

공고롭게도 집에는 연유는 상비하고 있지 않으니까, 우유와 설탕을 마음껏 넣어볼까.

 

차 준비를 마치고,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문득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얼굴이 붉어진다.

아무리 머리에 피가 올랐다고해도......

 

"맨얼굴에 머리도 부스스한데다 파자마인채 남자를 방에 들여놓다니....."

 

정말로 뭘 하고 있는걸까.

 

아마, 한달만에..... 아니, 한달이 아니었나.

어쨌든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것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히키가야는 어디까지나 일로 왔을뿐이겠지만, 그래도......

 

다음은 유키짱과 사오리짱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려나.

그러니까, 저런녀석이라도 좀 더 말하고싶다고 생각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방 앞까지 와서 노크없이 문을 열었다.

자신의 방이기때문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어차피 히키가야니까.

 

문을 열자, 조금전까지 잘난태도는 어디론가 가버렸는지, 히키가야가 긴장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