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 팬픽 장편(완결)/그 녀석의 죄와 나의 죄

그 녀석의 죄와 나의 죄 - 11. 그 때 그녀는 자신의 좌절을 마음으로 감사했다.

맛과영양 2020. 12. 20. 15:19

원본 URL : http://novel.syosetu.org/49327/11.html

 

"안녕히 주무셨어요."

 

한달만에 열린 아침의 리빙키친에서는, 아침식사 준비를 하던 어머니와, 준비가 되는것을 기다리며 신문을 보는 아버지가, 나를 보고 한순간 놀랐다.

 

"어머! 미나미 잘잤니!"

"잘잤니! 자, 미나미, 빨리 앉거라. 곧 식사가 나올테니."

 

하지만 곧바로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대답을 들려줬다.

 

"......네."

 

두명의 걱정에 무심코 눈물이 나올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울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버티며 자리에 앉았다.

 

"자, 여기-"

 

오랫만이구나아, 아침밥!

17년동안 매일 먹었을텐데, 어머니가 준비해준 밥은 너무나 너무나도 맛있었다......

 

"잘먹었습니다!"

"네~ 변변치 못했습니다! 미나미, 여기, 도시락!"

 

먹고나니 도시락을 건네주는 어머니.

 

그래도 어째서?

나는 오늘부터 학교에 간다고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히키가야가 집에 온 목요일 이후,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4일간 계속 방에 있었는데.....

그러니까 어머니는 오늘부터 내가 학교에 갈거라고는 생각했을리 없는데.....

 

그리고 하나의 가정이 머릿속을 스친다.

 

어쩌면 어머니는, 내가 등교거부가 되고나서부터, 매일 계속 도시락을 준비했던게 아닐까.....

내가 언제라도 학교에 도시락을 가져갈 수 있게......

 

"응. 고마워."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

 

자기자신이 결착을 지으면, 그때 제대로 사과할게요. 아직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은 지금, 그저 사과하는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x x x

 

 

한달전과 마찬가지로, 어머니는 현관까지 배웅하러 나왔다.

이대로 평소와 마찬가지로 배웅해주는지 방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습을 당했다.

 

"미나미 미나미!"

 

로퍼를 신고 있으니 살짝 손짓을 하며, 슬쩍 귀뜸했다.

 

"응? 뭐야?"

"그애말야. 처음에는 놀랐는데 굉장히 좋은애네! 엄마 마음에 쏙 들어버렸어! 아빠한테는 비밀로 해줄테니까 다음에 집에 데리고 오라고? 엄마는 마음껏 환영할테니?"

 

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

 

"하!? 하아!? 무, 무슨소릴하는거야! 그녀석은 그런게 아니라!"

 

어라? 그런거야? 라고 싱긋 웃는 어머니를 무시하며 쾅! 하며 문을 닫는다.

 

정말이지! 아침부터 얼굴이 뜨거워지네!

그러니까 장마는 더워서 싫다고!

 

 

x x x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오늘도 아침부터 추적추적 계속 내리고 있다.

 

아침은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고무하고 팽팽하게 하려 했지만, 학교에 가까워지면서 기분이 장난아니게 가라앉아왔다......

 

"기분을 날씨로 표현하면, 어디의 소녀만화인가....."

 

아아..... 기분나빠...... 토할것같아...... 이제 돌아갈까.......

 

 

안돼 안됏! 등을 돌려버리는건 안돼!

 

그래! 히키가야의 말을 생각해내자!

사실은 그 웃음때, 틀림없이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히키가야가, 현관까지 간 뒤에, 굉장히 어색한것처럼 원망스럽다는듯 반쯤 뜬 눈으로 되돌아왔었지.

말하는걸 잊은게 있다고.

 

"만약 학교에 온다면, 내 경험상 하나 조언을 해줄께. 어쨌든 녀석들에게 약점을 보이지마. 교실에 도착하면 호기심과 모멸감의 눈에 노출되겠지만 일절 신경쓰지마. 등교거부따위는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야~ 라는 정도가 보통으로 좋아. 그런 똥같은 녀석들은 약점을 보이면 괴롭혀도 좋다는 썩은 사고회로를 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어쨌든 보통으로 있어. 비유하자면 [무슨일이 있어도]야.

 

그래! 지금부터 이래서 어떻게하려고!

나따위를 위해서 그만큼의 일을 해준 그녀석을 믿자.

 

"......히키가야...... 나를 지켜줘......"

 

히키가야에게 지켜달라고 할 자격도 없지만, 바로 이런말 입에 담는 나는 정말로 우스꽝스럽구나......

그래도, 이루지못할 그런 부탁이라도, 한마디 한것만으로도 상당히 기분이 편해진 것 같았다.

 

"좋아! 가볼까!"

 

 

x x x

​교실에 들어간 나에게 향하는 시선은 우선 경악.

에? 오는거야? 라고

 

그리고 그것은 점점 조소와 모멸로 변화했다.

 

떨어진곳에서는, "에-? 잘도 나와버렸네? 나였다면 부끄러워서 무리~!" 라고, 일부러 들리도록 말하고 웃는 녀석들도 있었다.

 

다리가 떨린다...... 현기증도 난다..... 구역질도 장난아니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참으며 머물렀다. 이런일은 아무것도 아냐! 라고. 대단한 일도 아니야! 라고.

한껏 강한척 자신의 자리까지 도착하니, 책상이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아, 학교측이 바꾼걸까...... 정작 문제화 됐을때 증거소멸이라는거야?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을까. 나는 개의치않고 자리에 앉았다.

 

"미나미짱! 안녕-!"

"안녕, 미나미짱."

 

......깜짝 놀랐어! 자리에 앉마자자, 유키짱과 사오리짱이 인사하러 왔다고!

2학년으로 되돌아가버렸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로 평범하게......

 

그래도 잘 보면 눈은 젖어있고 붉어져있고, 조금 떨리고 있다.

 

[무슨일이 있어도]

 

히키가야는, 내가 등교했을때 보통으로 대하라고 두사람에게 조언이라도 해준걸까......?

 

그러니까 나도 쏟아질것같은 감정과 눈물을 억누르고, 두사람에게 2학년때와 다름없는 인사를 했다.

 

"안녕-! 유키짱, 사오리짱."

 

 

x x x

 

 

그 후에는 아침HR이 시작되기까지, 정말로 지옥같은 시선과 일부러 들리도록 온갖 욕설에 시달렸다.

나뿐만이 아니라 유키짱들에게도......

 

그토록 배신당했다고 한탄하고 실망하고 있었는데, 막상 내 탓으로 유키짱들까지 이 악의에 노출된걸 생각하니, 정말로 미안해.....

 

"두사람 모두 미안해......"

 

나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을때,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는 나에게 일절 언급하지않고, HR후에 방과 후 지도실로 오라는 한마디의 말 뿐이었다.

 

이제 나는 당신들따위는 전혀 신용하지 않으니까 별로, 아무래도 좋지만.

 

지금 내가 학교에서 신뢰하는것은 유키짱들뿐.

 

후훗, 그 다음은 그녀석도 일까?

 

 

1교시의 수업이 차질없이 끝났다.

 

위험해.....! 전혀 모르겠어!

이건 한동안 고생할 것 같구나......

 

쉬는시간이 되자 유키짱들이 곧바로 왔다.

 

"미나미짱! 같이 화장실 가자!"

"응."

 

우리들은, 끈적끈적한 악의의 시선따위 마치 신경쓰지 않는척하고 교실을 나왔다.

 

교실밖으로 나오니, 교실 안이 폭소의 소용돌이에 휩쓸렸지만, 이제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곁에는 유키짱과 사오리짱이 있어주니까......!

 

 

x x x

 

 

"..........미나미짱.......미안해.......!"

"......이제 우리들에게..... 이런 말 할.....자격도 없지만..... 정말로 미안해......!"

"..........나야말로 미안해...... 두사람을 끌어들여버려서...... 그래도 고마워......!"

 

아무도없는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에 우리들은 울며 얼싸 안았다. 두달치의 마음을 담아서.....

 

이런날이 올줄은 생각도 못했어.....!

나는 밑바닥은 커녕 정말 행복한 녀석이야.....!

 

한바탕 울고 난 뒤, 사오리짱이 윳키짱에게 말을 걸었다.

 

"......유키! 미나미짱에게 그거!"

"앗! 그렇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스마트폰 메일 화면을 펼쳤다.

거기에는 From히키가야의 문자가......

 

"......엣!? 히, 히키가야로부터!? ......유 유키짱, 어느새 히키가야랑 친해진거야!?"

"헤? 아냐아냐! 미나미짱이 학교에 왔을때를 위해서 연락처를 교환한거야! 뭔가 지시가 있다면서."

 

......아~. 놀랬다아.......

어느새 친하게 되어버렸다고 생각해버렸어......

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런게 당연하겠지!

 

랄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어째서 나 동요하는거야?

바보아냐!?

 

"....아, 그런데말야, 별로 친해진건 전혀 아닌데....... 솔직히 히키가야에 대해서, 굉장히 재검토는....있을까나......?

 

헤?

 

"그렇지! 왠지 그녀석말야, 사실은 의지가 되겠구나! ...... 그렇게 심한짓을 한 우리들에게, 의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줄거라고는......"

 

자! 잠깐 두사람......?

왠지 빨갛게 되었는데......?

 

"읏! ......아무튼!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미나미짱, 이거봐? 히키가야의 지시! HR이 끝나고, 미나미짱이 왔어. 라고 메일 보냈더니 이렇게 답장왔어!"

 

그래!

일단 지금의 건은 제쳐두고...... 랄까 어디에 뭘 두라고!?

별로 아무래도 좋다고!

 

거기에는, 히키가야로부터의 지시인지 조언인지 잘 이해가 안되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여어 사가미. 생각보다 빨리 왔네. 일단 수고했어. 힘들겠지만, 우선 점심까지는 노력해줘]

 

점심까지 노력하달리니 무슨......?

 

[그리고 점심이 되면, 괴롭겠지만 그대로 세명이서 교실에서 밥먹고 있어줘. 약간의 서프라이즈를 제공할게]

 

하? 서프라이즈......?

 

[그 서프라이즈는 너희들 세명에게 있어서도 꽤 괴롭겠지. 하지만 힘내. 힘내서 <보통>으로 있어줘. 즐겁지 않아도 즐거운듯이 행동해줘. 애드립을 살려서 자연스럽게 있어줘. 그게 가능하다면, 너희들은 이제 똥같은 녀석들의 모멸의 시선을 받을 일은 없어져]

 

히키가갸는 무엇을 하려는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쓰여져있고 메일은 종료되었다.

 

[그 다음은 너희들 하기 나름이야. 잘해봐. 그렇게되면 이제 비참한 마음 들지 않을테니까]

 

전부 읽고, 유키짱들에게 불안의 시선을 돌렸다.

 

"뭐...야? 이거...? 무슨일이 일어나는거야? ..... 어째서 서프라이즈의 내용 알려주지 않는거야......?"

"우리들도 정말로 모르겠어...... 물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이정도 스스로 극복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이 앞은 파탄할거라.......고."

 

무엇일까..... 불안밖에 없다......

왜냐면 히키가야잖아.....?

 

 

x x x

 

 

교실에 돌아오니 내 책상에는 벌써 몇몇 낙서가 되어있다......

 

[잘도 나왔구나][꼴 좋다(웃음)][문화제처럼 도망치라고]

 

라는식으로 말이지.

 

문득보니 자기 자리로 돌아간 유키짱과 사오리짱도 한순간 굳어져 있었다.

 

젠장......! 두사람에게도 뭔가 쓰여있다......

 

하지만 둘 다 그런 각오를 했는지, 그대로 신경쓰지 않도록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나도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앉았다.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나뿐만이라면 모를까, 그렇게 상냥한 두사람에게까지 쓰레기같은 짓을 하다니......!

 

그래도 얼굴에 나오면 안된다...! 고개를 숙이지 말자...!

 

나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별일 아니라는듯 보여주기 위해서.

그때 문득 시야에 들어온것은, 하루카와 윳코의 추하게 일그러진 웃는 얼굴.

그것을 본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이런 기분이 되어버렸다.

 

 

아아......나는 길을 잘못들어서서 다행이야.

집단 따돌림을 당해서 아픈꼴을 당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 추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틀림없는 이전까지의 나의 얼굴...

 

불꽃놀이에서, 유이......유이짱과 히키가야가 함께 있는것을 보고 깔볼때의 얼굴.

문화제로 봉사부에 의뢰하러 갔을때의 얼굴.

히키가야를 나쁜놈으로 만들고, 감쪽같이 학교안의 악의를 받은 히키가야를 보고 고소해하던 얼굴.

 

나는 그런 얼굴을 히키가야에게 향하고 있던것이다..... 그런 얼굴로 히키가야를 보고 있던 것이다.

 

 

아아......나는 길을 잘못들어서서 정말로 다행이야.

 

 

x x x

 

 

우와아..... 초 긴장된다......

시시각각으로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위험해..... 앞으로 2시간..."

 

쉬는시간마다 모멸과 조소가 쏟아지지만, 이제 그럴 상황이 아니다......

 

"이제 4교시인가.....?"

 

 

그야 히키가야라고......?

문화제때문이라고 하지만, 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해결을 위해 그런일을 저지른 히키가야가 우리들에게 상냥한 일따위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별거 아닌일로 정해져 있겠지.....

 

랄까. 나는 히키가야를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구나......

 

하지만 무정하게도 그때 울려버렸다.

교내에 4교시 종료 벨이 울린것이다.

 

"위험해. 토할거같아."

"일단 먼저 먹고있을까..."

 

우리들은 긴장하는 표정으로 도시락을 열었다.

 

"엣!? 뭐야? 혹시 교실에서 먹는거야? 저녀석들~!"

"진짜 웃기네~"

 

 

알고있던 일이지만, 교실은 그런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래도 그런 시시한 공기는 다음순간 완전히 무례하게 교실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거짓말이지?

어째서 저사람들이.... 저사람들이 온거야.......?

 

"얏하로~! 사가밍."

 

어째서 유이짱이......?

 

"하로하로- 미나미짱!"

 

어째서 히나짱이......?

 

그리고 중심에 있는 이 사람이 한마디 말한 순간, 클래스 전체가 긴장의 옥염에 감싸였다.

 

"아-! 진짜로 미나미말야. 마음대로 먼저 먹고있고말야! 나아들도 같이먹자고."